요즘 시험관 준비하면서
생리 기간이라 그런지
입맛도 없고 그냥 계속 늘어지고 싶었다.
뭔가는 먹어야 하는데
배달은 또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제대로 요리하기도 귀찮은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까
대파, 양파, 양배추… 늘 있는 재료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짜파게티.
남편이 좋아해서 집에 항상 있는 라면이다.
라면은 좀 그렇고…
근데 이 스프만 쓰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대파부터 먼저 볶았다.
이렇게 파 향 올라오는 순간이
나는 이상하게 좋다.
그 다음 양파 넣고 같이 볶고,
미리 간단하게 밑간해둔 돼지고기를 넣었다.
마늘이랑 간장, 미림으로 살짝 재워둔 고기라
벌써 맛이 어느 정도 잡혀 있다.


고기가 익으면
양배추를 넣고 같이 볶는다.
야채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섞인다.
여기에
굴소스 한 스푼
간장 두 스푼
그리고 오늘의 포인트,
짜파게티 스프 하나



라면은 안 넣고
스프만 넣었는데
이 순간 짜장 향이 확 올라온다.
진짜 간단한데
맛이 확 살아나는 느낌.
마지막에 후추 톡톡 뿌리고 끝.



따뜻한 밥 위에 올리고
계란후라이 하나 얹어서 먹었다.
노른자 살짝 터뜨려서
같이 비벼 먹으면 진짜 맛있다.
입맛 없었는데도
이건 그래도 숟가락이 간다.
짜파게티 특유의 진한 맛은 있는데
야채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전혀 안 느끼하고 오히려 담백하다.

이날 한 3~4인분 정도를 만들어서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놨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이 그걸 꺼내 먹더니
“이거 진짜 맛있다”면서
가스불에 라면 냄비 올리더니
남아 있던 볶은 짜장에
어제 스프를 먼저 써서 남은 짜파게티 사리에
새 짜파게티 한 봉지도 더 삶아서
같이 비벼 먹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거 진짜 맛있긴 했구나’ 싶었다 😆
그냥 대충 만든 한 끼였는데
다음날까지 이어서 먹을 정도면
나름 성공한 메뉴.
시험관 준비하면서 느끼는 건
항상 완벽하게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요즘은
“그나마 괜찮은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날 이 덮밥도 딱 그런 느낌.
완벽한 건강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라면 그대로 먹는 것보다는 낫고,
무엇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입맛 없을 때.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딱 좋은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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