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집밥 일기

시금치된장국 끓이는 법, 엄마 된장으로 더 깊어진 한 그릇

by 피치둥둥 2026. 4. 8.

시금치를 한 단 사 와서
싱크대에 물을 받아 씻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진다.

흙을 털어내고, 여러 번 헹구는 동안
잎은 점점 더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부엌은 금방 봄 같은 분위기가 된다.

이날은 무침 대신
된장국으로 끓이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조금은 위로가 되는 음식이
필요한 날이었다.

시금치된장국 끓이는 법, 육수보다 중요한 것

보통 된장국이라고 하면
멸치육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시금치된장국은
조금 다르게 끓이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이날은 멸치 대신
건새우를 살짝 볶아 향을 내고,
쌀뜨물로 국물을 잡았다.

무겁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국물 맛.

시금치 특유의 풋풋한 향이
가리지 않고 그대로 살아난다.

시금치와 멸치육수를 함께 쓰지 않는 이유

시금치된장국을 끓일 때
멸치육수를 굳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칼슘과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멸치는 칼슘이 풍부한 식재료라
함께 조리하면
칼슘 흡수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같이 먹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함께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 쌀뜨물이나 맑은 육수
👉 또는 건새우 정도로
가볍게 끓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끓여야
시금치의 부드러운 맛이
더 잘 살아난다.

엄마가 담근 된장으로 끓인 국

냄비에 건새우를 먼저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준다.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쌀뜨물을 붓고 끓인다.

이때 된장을 풀어주는데 

친정엄마가 직접 담가서
2년이나 숙성시킨 집된장 한 스푼 크게 떠서 넣었다.

된장 뚜껑을 열자마자 올라오는 향이
마트에서 산 된장과는 전혀 다르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따뜻하고,
어딘가 익숙한 냄새.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시금치를 넣는다.

시금치는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금방 숨이 죽기 때문에
색과 식감을 살리려면
짧게 끓이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을 넣고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진다.

한 그릇 먹으면서 떠오른 생각

완성된 시금치된장국은
화려하지 않다.

맑고, 담백하고, 조용한 맛.

그런데 한 숟갈 먹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풀린다.

아마도
된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담근 된장이라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이 맛 속에 익숙한 기억이 있어서일까.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