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몸 관리나 병원 이야기보다도
요즘은 우리 부부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인천 씨사이드파크 영종도 바다를 보러 다녀왔다.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계양 아라온에 들러
집에서 직접 싸 온 김밥과 즉석라면을 끓여 먹었다.
사실 특별한 음식도 아니다.
비싼 레스토랑도 아니다.
그저 김밥과 라면.
하지만 그날의 공기와 풍경은
왠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혼한 지 벌써 10년.
그동안 우리는
각자 일에 치이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거의 가져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소소한 행복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던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임신 준비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힘든 과정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잠시 속도를 늦추고
가정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
서로의 속도를 맞추고
같이 걷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바람을 맞는 시간.


아라뱃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아직은 바람이 조금 차갑지만
어딘가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국물 라면을 먹으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이렇게 산책하는 거
얼마 만이야?”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그날의 김밥과 라면은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식사였다.
그리고 우리는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다.
계절의 봄도,
그리고
우리 인생의 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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