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폴리트롭 과배란 주사 4일차.
시험관을 준비하는 요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더 예민해진다.
어제부터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기고 속도 계속 더부룩했다.
항생제까지 함께 복용 중이라 그런지 울렁거림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오늘도 누룽지를 끓여 먹으며 속을 달랬다.
오전에 남편과 교회 2부 예배를 드리고 나왔다.
평소 같으면 모임까지 이어졌을 텐데,
오늘은 괜히 기운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설거지만 해둔 채 그대로 누웠다.
남편은 날씨가 너무 좋다며 미니벨로를 타고 라이딩을 나갔다.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두 시간쯤 뒤척이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 내가 이런 걸 받아왔다.”
손에는 교외선 기차 시간표가 들려 있었다.
일영역까지 직접 다녀온 것이다.
“근처에 매내미 벚꽃길 아직 한창이야.
지금 딱 예쁠 때래. 나가볼래?”
그 한마디에
흐릿했던 정신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
경기도 양주 장흥 매내미 벚꽃길 산책로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순간이 찾아왔다.
1시간에 한 대밖에 지나지 않는 교외선 기차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건널목을 지나간 것이다.
차는 멈추고,
우리는 몇 초 동안 그 풍경을 바라봤다.
노란색의 레트로 기차,
건널목 신호등과 차단기, 그리고 교통을 통제하던 아저씨까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일본 드라마 속 장면 같은 감성이 느껴졌다.
“가마쿠라 건널목 가보고 싶다”던 말이 떠올랐지만,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도
충분히 설레는 풍경이 있으니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여행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건널목에서 차로 5분 정도 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벚꽃길이 펼쳐졌다.
“여보, 여기 여의도보다 더 예쁜데?”
여의도 벚꽃 명소는 늘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이곳은 한적하면서도 훨씬 자연스러웠다.
하천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
그리고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벚꽃나무들.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 아이들, 강아지들까지
모두가 봄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벚꽃 명소가 아니라
정말 힐링되는 경기도 숨은 벚꽃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남편이 말했다.
“내가 전에 여기 좋다고 했잖아.”
…그랬었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졸업 후 15년,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쉬지 않고 살아온 날들 속에서
계절을 느낄 틈조차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험관을 준비하면서
내 삶에도 처음으로 ‘쉼표’가 생겼다.
그리고 그 쉼표 덕분에
이제야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쉼표는
마음을 넓히는 시간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걷다 보니
유모차를 끄는 가족,
아이들과 뛰노는 부모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그 자체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뒤, 우리도 저 모습이겠지.”
그 상상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우리는 중간에
잠시 쉬어갈 곳을 찾았다.
삼하리카페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한옥 감성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 한옥 펜션 공간
- 항아리 바베큐 식당
- 애견 동반 카페
- 야외 공간과 산책 가능한 구조
까지 함께 있어서
가족 단위로 오기 정말 좋아 보였다.
우리는 따뜻한 공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벽난로 앞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곳은
부모님 모시고 오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 한옥에서 숙박 가능
- 항아리 바베큐로 식사 가능
- 자연 속 산책까지 가능
“나중에 부모님 생신 때 모시고 와야겠다”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곳.







다시 벚꽃길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서울은 이미 벚꽃이 지기 시작했지만
이곳은 아직 한창이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봄을 한 번 더 만나는 기분이다.

나는 이 벚꽃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늦게 피어줘서 고마워.”
바빠서 봄을 놓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내어준 것 같아서.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우리 아기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고 싶다.
아가야,
조금 늦게 와줘서
엄마는 오히려 고마워.
이 모든 시간이
더 큰 행복을 위한 준비라고 믿을게.
그러니까 천천히 와도 괜찮아.
엄마 아빠는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너는 그저
네 시간에 맞춰 꽃을 피우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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