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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준비 일기

시험관 1차 | 동결배아이식까지의 기록 :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계절

by 피치둥둥 2026. 5. 22.

5월부터 동네 마카롱집에서 주 4일 알바를 시작하면서 티스토리 글 포스팅이 조금 뜸해졌다.
주 4일이면 그래도 널널하겠지 싶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일주일이 정말 순식간이다.

쉬는 날에는 병원도 다녀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일요일이면 또 교회에 간다. 그렇게 한 주가 후딱 지나간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드디어 배아 이식까지 마쳤다.

이제 다음 주 목요일까지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병원 갈 일도 없고 오랜만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마음이 참 편하다.

 

사실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는 이상하게 더 불안했다.

몸은 쉬는데 마음은 쉬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괜히 인터넷만 뒤적거리면서 임신 관련 글, 후기, 실패담, 성공담 같은 걸 끝없이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더 조급해지고 불안해졌다.

그래서 “뭐라도 하자” 싶어서 당근에서 4개월 단기 알바를 구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괜찮다.

집에서도 가깝고, 개인 가게라 분위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임신 준비하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디저트가 주는 묘한 힐링이 있다.

출근하면 사장님이 미리 준비해놓은 버터떡 반죽을 오븐에 두 번 정도 구워내고,

마카롱 포장하고 진열하고, 설거지 좀 하고, 배달 주문 들어오면 처리하고.

손님이 엄청 많은 가게는 아니라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도 꽤 있다.

어쩌면 나한테는 이런 알바가 노동이라기보다 잠깐 숨 돌리는 휴식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집에만 있으면 자꾸 생각이 많아지는데,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 그게 참 좋다.

다음 주 결과까지 한 번에 쓰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오늘은 5월 동결배아 이식까지의 과정을 기록처럼 정리해보려고 한다.

5월 4일 — 생리 4일 차 초음파 검사

마침 일주일 전에 했던 소변검사 결과도 나왔다.

사실 그 전주에 갑자기 밤에 방광염이 와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었다.

급하게 항생제를 처방받아서 먹었는데 방광염은 괜찮아졌지만 속이 너무 뒤집혀서 꽤 힘들었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니 처방받았던 셉트린정에 내성이 있는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했다.

그래서 재발 방지용으로 모누롤산 가루약을 다시 처방받았다.
근데 솔직히 생각해보면 항생제 덕이라기보다 물을 엄청 많이 마셔서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진료 보다가 선생님이 대장균이 검출된 건 저녁에 잘 안 씻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순간 너무 민망했다.

“선생님… 저 매일 씻는데요…”

그랬더니 물로만 씻으면 안 되고, 질 세정제도 항균력이 약해서 비누나 바디워시처럼 세정력 있는 걸로 잘 씻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 후로 진짜 매일 비누로 열심히 씻는 중이다. 괜히 더 빡빡 씻게 됨…ㅎㅎ

그리고 이날은 엉덩이에 에스트로겐 주사도 맞았다.


5월 8일 — 약 시작

독시사이클린 항생제를 7일 처방받고, 프로기노바를 하루 3알씩 먹기 시작했다.

프로기노바는 빈속에 먹으면 속이 안 좋을 수 있다고 해서 점심 먹고 시간 맞춰서 먹었다.
이때부터 슬슬 “아 이제 진짜 이식 준비 들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5월 11일 — 중간 점검

초음파 보시더니 자궁내막 잘 자라고 있다고 하셨다.
프로기노바는 계속 하루 3알 유지.

병원에서 “좋아요” 한마디 들으면 괜히 안심된다.
시험관은 진짜 매 순간이 작은 중간고사 보는 기분이다.


5월 15일 — 약값 쇼크

이날은 버스 타고 지하철 환승해서 병원에 갔다. 날씨도 더운데 약까지 한 보따리 들고 오니까 꽤 힘들었다.

이날부터 약이 확 늘었다.

  • 프로기노바 하루 4알
  • 듀파스톤 하루 2알
  • 크리논겔 질정 하루 2번

그동안은 난임 지원 덕분에 진료비도 약값도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았다.

만 원 넘긴 적도 거의 없었는데, 이날은 진짜 깜짝 놀랐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 내밀었는데 직원분이
“할부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시는 거다.

“네? 얼마인데요?”

28만 원이 넘는다고 해서 순간 멍했다.

물론 임신 확인할 때까지 계속 먹고 써야 하는 약들이라 양이 많긴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료비는 난임 지원 받아서 1200원 나와서 좋아했는데 약값에서 현실을 맞았다.

다행히 나중에 지원비가 남으면 20만 원 한도 내에서 환급 가능하다고 해서 우선 2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시험관은 몸도 몸인데 진짜 돈도 체력이라는 말을 조금씩 실감 중이다.


5월 18일 — 배아 이식 당일

이식할 때 초음파로 자궁이 잘 보여야 해서 소변을 참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했다.
혹시 소변이 안 차서 시술 지연될까 봐 11시부터 차 타고 가면서 물을 진짜 벌컥벌컥 마셨다.

병원 도착해서 환복했는데, 난자채취처럼 수면이 아니라 위에는 원래 옷 입고 가운만 걸쳤다. 아래만 갈아입었다.

그리고 수술대에 올라갔는데…
아니, 나 산부인과 4개월 차면 이제 좀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근데 환한 수술대 위에서 생으로 다리 벌리고 있으니까 또 민망했다.
초음파실은 어둡고 금방 끝나니까 괜찮았는데, 이날은 괜히 도마 위 생선 된 기분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초음파로 배를 누르고 담당 과장님이 시술을 시작했다.

맘카페에서는 다들 “이식 하나도 안 아파요~ 5분이면 끝나요~” 하던데…

세상에 안 아픈 시술은 없는 것 같다.

배아 넣기 전에 자궁경부 소독하고 뭔가 솜 같은 걸 넣는 느낌이 진짜 너무 불쾌했다.

카테터 잘 들어가게 통로 정리하는 느낌이었는데,

나팔관조영술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아팠다ㅠㅠ

 

그리고 잠시 뒤
“○○님 배아 주세요.”
하는 말이 들리고, 해동된 배아가 전달됐다.

“배아 들어갑니다.”

그 순간 이후로는 통증이 거의 없었다.

끝나고 경부에 피가 조금 나서 몇 초 정도 더 지혈하고 마무리.

체감상 십여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식 끝나고 바로 배아 사진을 보여주셨다.


원래 둘 다 3일 배아인데, 그중 하나는 해동 과정에서 4일까지 더 자랐다고 한다.

모양은 솔직히 막 동그랗고 예쁜 느낌은 아니었다.

약간 찌글찌글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너무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식 준비부터 병원 나오기까지 전부 합쳐도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집에 와서는 초당옥수수를 삶아 먹었는데, 세상에 왜 이렇게 달고 맛있는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ㅎㅎ

 

병원에서는 이식 후에도 일상생활 가능하고

오히려 가볍게 움직이는 게 좋다고 해서 요즘 열심히 걷고 있다.

동네 산책하다가 보니 벌써 매실나무에 매실이 열려 있었다.
분명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실꽃이 피어 있었던 것 같은데.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계절.

다음 주에는 우리 집에도 꼭 작은 생명의 열매가 조용히 자리 잡아주길 기대해본다.